"수수료 공짜…차량호출도 블록체인 마법"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⑧엠블

컴퓨팅입력 :2018/10/15 09:36    수정: 2018/10/15 10:54

그랩은 동남아시아 차량호출 1위 업체다. 지난 3월 세계 1위 차량호출 업체 우버가 동남아시아 사업부를 그랩에 매각하면서 동남아 8개국에서 시장점유율 7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신생 차량호출 업체들은 수수료를 깎는 전략으로 그랩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운전 기사 입장에선 수수료 혜택보다 더 많은 승객을 보유한 그랩에 남아 있는 것이 더 이익이라, 신생 업체가 의미있게 성장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아예 수수료를 안 받는 차량공유 서비스가 등장하면 어떨까? 오히려 운행할수록 인센티브까지 준다면?

블록체인 상에서 기여도에 따라 암호화폐로 보상받는 경제 시스템인 '토큰이코노미'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 엠블(MVL)은 싱가포르에서 이런 전략으로 그랩이 쥐고 있는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지난 7월 출시한 제로 수수료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TADA)'는 3개월 만에 운전 기사 1만6천명을 확보했다. 승객 가입자도 8만4천명을 넘었다.

우경식 엠블 대표

최근 만난 엠블 우경식 대표는 "우리는 기사들에게 수수료를 평생 안 받을 것이고, 승객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줄 것이며 이 생태계에서 활동하면 이익을 더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렸다.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줬고 이것이 통했다"고 말했다.

엠블은 타다 서비스를 싱가포르를 넘어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 대표는 "우리가 던진 제로 수수료 카드는 싱가포르 시장을 흔들어 놨다. 그랩같은 회사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며 "그랩이 들어가 있는 시장은 다 들어가서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타다는 엠블이 그리는 전체 모빌리티 생태계의 일부다. 엠블은 차량의 생성, 운행, 정비, 중고판매, 폐차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에 걸친 데이터를 기록하는 '엠블 프로토콜'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사용하는 사람에게 데이터 사용료를 받아 토큰이코노미를 작동시킨다는 계획이다.

타다 서비스는 엠블 프로토콜이 잘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외부에 알려주는 일종의 레퍼런스 앱 역할도 한다.

우 대표는 올해 목포에 대해 "타다와 엠블 프로토콜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연결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지 테스트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차량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각각의 플레이어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생태계를 작동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우경식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Q.실생활에 쓰이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부족한데, 타다는 어떻게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게 됐나?

"원래 우리 프로젝트 로드맵 상 차량호출(온디맨드) 서비스 출시는 없었다. 동남아시아를 다녀보니 현지 시장문제가 보였다.

그랩의 경우 기사들이 20% 가량의 수수료를 플랫폼에 내야한다. 싱가포르 기사들은 대부분 렌트를 하기 때문에 랜트비까지 빼면 돌이가는 수익이 너무 적다. 또, 그랩이 우버와 합치기 전에 경쟁구조였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많이 뿌렸는데, 그랩이 우버 동남아 지분을 인수한 후 인센티브를 더 줄 필요가 없어졌다.

시장 불만이 심각했는데 제대로된 대안이 없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엠블 프로토콜이랑 너무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봤기 때문에 바로 만들어 시작했다.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게 아니고 타이밍에 맞춰서 절묘하게 들어갔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차량호출 앱 타다

Q. 서비스 개발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차량 호출 서비스라면 초당트랜잭션 처리 속도도 중요할 것 같은데.

"우리 접근 방식은 모든 서비스를 100% 블록체인에 올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서비스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본다.

블록체인에서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과 기존 서비스를 엮는 것이 우리가 1차적으로 해본 테스트였다.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우리가 블록체인에서 가져온 것은) 토큰 이코노미와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기사들이 쌓는 데이터도 분산해서 저장한다. 실제 블록에는 서머리된 데이터가 올라갈 것이다. 실제 트랜잭션상에 올라가는 데이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운전기사와 승객 간 주문도 블록체인에서 바로 처리할 필요 없고, 분산 저장소에 저장된 것들을 서머라이즈해서 블록체인에 올리는 방식이다. 지금 이더리움 위에 올라가 있지만 내년에는 메인넷을 론칭하려고 한다"

Q. 금방 카피캣(유사서비스)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입장에선 누가 금방 따라해서 시장에 들어오면, 열심히 하라고 도와주고 같이 협업하면 된다. 우리는 타다 서비스로 수익을 크게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까 그렇다. 협업해서 엠블 프로토콜 단에서 연결되면 더 좋은 것이다. 엠블 프로토콜을 써도 되고 다른 프로토콜에 있어도 인터체인 같이 연결할 방법이 있다.

전통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는 누가 우리 시장에 들어오면 경계를 하게 된다. 우리 매출이 줄어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누가 비슷한 모델을 가지고 들어오면 같이하면 된다. 경쟁이 아니다."

Q. 엠블 프로토콜에 대해 소개 해달라.

"차량 한대의 생애 주기를 보면 생산, 주행, 정비, 중고판매,폐차에 이르는 5단계 있다. 이 것을 하나의 프로토콜로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 엠블 프로토콜이다.

신차 단계에선 차량 제조사와 딜러가 개입한다. 각각 데이터 기록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는다. 주행 단계에선 일반 개인들이 주행하면서 데이터를 기록하고 거기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게된다. 타다는 주행 단계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나의 서비스다.

정비 단계에선 정비소들이 데이터에 대해 기록하고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정비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히스토리를 쌓는 과정이다. 중고 판매 단계에선 주행, 수리 데이터에서 쌓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로, 중고차 서비스와 보험회사들이 연결된다. 마지막이 폐차 단계다.

이렇게 5단계를 하나의 프로토콜로 연결하는 것이다. 차량 한대를 가운데 놓고 연관된 생태계를 블록체인화 하는 게 엠블이다."

엠블 프로토콜 내 데이터 제공/사용 흐름(이미지=엠블 토큰이코노미 백서)

Q.우문일 수도 있겠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뭔가? 비영리단체가 아니니 비즈니스 모델이 없을 수 없지 않나?

"데이터 비즈니스도 굉장히 큰 부분이다. 발생하는 데이터와 사업적 연관성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생성된다.

타다를 예로 들어보면, 기사는 차, 보험, 금융이 필요하다. 차가 필요할 때는 연결된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렌트해주고 이 프로토콜 안에서 수익을 내는 대신 우리한테 커미션을 낸다. 보험회사도 마찬가지다. 사업적으로 연결됐을 때 B2B로 우리가 커미션을 받고, 그 일부를 운영비로 쓰고 남는 것은 다시 기사와 승객들에게 인센티브로 돌려준다. 생태계를 통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은 이 생태계에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엠블 토큰이코노미 백서 보기)

Q.트랜잭션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엠블 프로토콜 자체 메인넷은 꼭 만들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로드맵상에 메인넷을 넣은 이유는 트랜잭션이 자주 일어나지 않아도 나중에 엄청나게 많아질 텐데 '이 수수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랑 프로토콜 상에서 협업하는 기존 플랫폼들이 메인넷 노드가 될 것이다. 올해 말 기점으로 엠블 프로토콜이 적용된 서비스들이 하나씩 나올 것이다. 타다 서비스도 노드가 될 것이다."

Q.앞으로 계획은?

"올해는 엠블 프로토콜이 활용되는 케이스를 제대로 테스트해보자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타다와 엠블 프로토콜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연결해 확인해 볼 것이다.

내년에는 5단계 차량 주기에서 각각의 플레이어를 하나로 연결해서 생태계를 작동시키는 게 목표다. 아마 완성된 생태계가 돌아가는 최초 시장은 베트남이 될 것 같다. 베트남은 성장에 대한 열망이 강한데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빠르다.

베트남에서도 타다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국내 대기업, 현지 택시회사 보험회사, 차량정비 기업과 같이 협업할 예정이다. 베트남 인구가 1억명, 시장 성장속도,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매력적인 시장이다.

타다는 그랩이 들어가 있는 시장으로 확산해 시장을 뒤흔들 것이다. 중국 차량호출 시장은 디디가 독점이라 폐해가 심하다. 중국도 싱가포르 처럼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관련기사

서비스는 타다만으로 벅차다. 다른 서비스는 전혀 만들 생각이 없다. 차량 수리 등 다른 분야에선 이미 존재하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같이 하면된다.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차량호출 서비스는 어렵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협업을 통해 내비게이션 기능이랑 연결된 개인 주행 기록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